성경ἐν/성경이야기

가인의 제사가 열납되지 않은 이유

yeum 2016. 2. 13.

창세기 4장에 보면 가인과 아벨이 하나님께 제사 드리는 장면이 나옵니다. 어느 날 가인과 아벨이 하나님께 제사를 드리게 되었는데, 가인은 농부였으므로 땅의 소산을, 아벨은 양을 치는 자였으므로 양의 첫 새끼와 그 기름을 제물로 드렸습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아벨의 제물만을 받으시고 가인의 제물은 받지 않으셨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 여러 가지 해석이 있습니다.

1. 제물[각주:1]

'피 흘림이 없은즉 사함이 없다'는 히브리서 9장 22절 말씀을 근거로 가인은 피 흘림 없는 제사, 즉 땅의 소산으로 제물을 삼아 하나님께 드렸기 때문에 그 제사가 열납되지 않았다고 하는 해석입니다. 반면에 아벨은 양을 희생물로 드렸기 때문에 하나님께서 그 제사를 열납해 주셨습니다.

2. 제사의 방식

레위기 2장에 보면 소제(素祭, Cereal offering)에 대한 언급이 있습니다. 이 소제는 피 없는 곡식제사였습니다. 이것을 근거로 하여 가인이 드린 제사는 피 없는 곡식제사 즉 소제였는데, 이렇게 소제를 드린 가인의 제사가 열납되지 않은 것은 제사의 방식 때문이었다고 하는 해석입니다. 소제는 의무적으로 드리는 제사가 아닌 자유 의사에 따라 드리는 제사입니다(레 2:1). 이러한 제사는 소제 외에 번제(燔祭, burnt offering)와 화목제(和睦祭, peace offering)가 있습니다. 반면에, 반드시 드려야 하는 의무적인 제사로는 속건제(贖愆祭, trespass offering)와 속죄제(贖罪祭, sin offering)가 있는데, 소제 외에 모든 제사는 반드시 희생이 있어야 했습니다.[각주:2] 따라서 가인은 자원제인 소제, 즉 피 없는 곡식제사는 드리지 않아도 되었지만, 의무제인 속건제와 속죄제 즉 피의 제사는 반드시 드려야만 했던 것입니다.

물론 이러한 제사의 방법은 모세시대에 명문화된 것입니다. 하지만 성경을 통해 이러한 제사가 명문화되기 이전에 이미 드려졌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본문에서 가인과 아벨이 곡식과 양으로 제사를 드린 것과 창세기 8장에 노아가 짐승으로 제사를 드린 것 그리고 그 외에도 아브라함과 욥이 제사를 드린 것을 볼 수 있습니다(창 12:7 ; 13:18 ; 욥 1:5 등). 따라서 성경에는 언급이 없지만 어떠한 통로를 통해서든지 가인과 아벨은 제사를 드려야 한다는 것과 또 어떤 방법으로 드려야 한다는 것을 알 수가 있었을 것입니다.

3. 신앙

이 해석은 히브리서 11장 4절의 '믿음으로 아벨은 가인보다 더 나은 제사를 하나님께 드렸다'는 말씀을 근거로 하고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가인의 제사를 열납하지 않은 것은 제물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제물을 드리는 사람의 신앙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히브리서 기자는 믿음에 대해 두 가지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즉 하나님께 예배하는 자들[각주:3]은 하나님이 계신 것과 하나님께서 자기를 찾는 자들에게 상 주실 것을 믿는 것입니다(히 11:6). 어쩌면 가인은 하나님께 대한 올바른 신앙을 갖지 못하고, 형식적인 제사를 드렸을지 모릅니다. 그래서 하나님께서 그의 제사를 열납하지 않은 것입니다. 반대로 아벨은 하나님께 대한 올바른 신앙을 가지고 제사를 드렸기 때문에 그 제사가 열납되었습니다.

참된 예배란 신령과 진정으로 드리는 예배입니다(요 4:24). 하나님은 영이시기에 그분께 예배하는 자는 영적 존재로서 자신을 헌신해야 합니다. 물질 중심적인 예배나 그 밖의 외적인 형식만을 강조하는 예배는 하나님께 대한 참된 예배가 될 수 없습니다. 또한 예배하는 자들은 하나님께 대한 올바른 지식을 가져야 합니다. 하나님께 대한 참된 지식이 결여된 예배는 형식적이고 생명이 없는 빈껍데기의 예배에 지나지 않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예배의 종류와 성격보다는 드리는 자의 마음을 보십니다. 하나님께서는 외모보다는 중심을 보시며(삼상 16:7), 번제보다는 하나님을 아는 것을 더 원하십니다(호 6:6). 그러므로 우리는 거룩함과 진리 안에서 온 마음으로 예배를 드려야 합니다.

이와 같이 세 가지 해석을 종합해 볼 때 가인이 드린 제사는 형식적이고 단순히 의무만을 이행한 제사였고, 아벨이 드린 제사는 하나님께 대한 참된 신앙을 가지고 정성껏 드린 제사였습니다. 그래서 하나님께서는 가인의 제사는 받지 아니하시고, 아벨의 제사만을 열납하신 것입니다.[각주:4]

  1. 가인과 아벨이 하나님께 드린 '제물'은 모두 히브리어 'מִנְחָה[민하]'의 역(譯)인데 이는 '소제'를 가리키는 단어이기도 합니다(2021. 08. 09 add) [본문으로]
  2. 극빈자에게는 소제가 속죄제로 인정되기도 했습니다(레 5:11-13). [본문으로]
  3. '나아가는(προσέρχομαι [프로세르코마이])'이란 표현은 히브리서와 베드로전서에서 제의적(祭儀的) 의미로 사용되었습니다. 따라서 '하나님께 나아가는 자'란 '하나님께 예배하는 자'란 의미입니다. [본문으로]
  4. 가인의 제사가 열납되지 않은 이유를 그의 행위(죄성)에서 찾는 학자도 있습니다(잠 21:27 ; 요일 3:12). 자세한 내용은 성결신문 제151호(2006년 1월 13일 발행) 참조.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