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의 마고이
BC 4년경(?), 헤롯(BC 73? - BC 4?)이 유대의 왕으로 있던 때에 동방으로부터 일단의 박사들(μάγοι [마고이]))이 황금과 유향 그리고 몰약을 가지고 예루살렘을 방문했습니다. 그들이 예루살렘을 방문한 목적은 유대인의 왕으로 나신 이를 찾아 경배하기 위함이었습니다(마 2:1, 2). 원래 이 박사들은 동방에서 한 별을 보고 그것을 따라 유대로 오고 있었는데(마 2:9), 오는 도중 그 별이 사라지자 예루살렘으로 가게 된 것입니다. 유대인의 왕이 태어날 장소는 유대인들의 정치, 종교의 중심지인 예루살렘에 밖에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나 그들의 생각은 완전히 빗나갔습니다. 예언서의 기록에 의하면 유대인의 왕은 예루살렘이 아니라 베들레헴에서 태어나기로 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마 2:5, 6). 그리고 실제로 그랬습니다(마 2:1). 1
박사들은 예루살렘을 나와 베들레헴으로 향했습니다. 그때 마침 동방에서 본 그 별이 다시 나타나 그들보다 앞서 가다가 유대인의 왕으로 태어난 아기가 있는 곳 위에 이르러 멈췄습니다. 그들은 그 별을 보고 크게 기뻐하면서 아기가 있는 곳으로 들어가 그에게 경배한 후 준비해 간 예물을 드렸습니다(마 2:11). 이 장면을 묘사한 대부분의 그림들은 갓난아이를 안고 있는 마리아 혹은 구유에 누워있는 아기와 함께 말이나 소, 양들이 그려져 있습니다. 그러면 박사들은 목자들처럼(눅 2:15, 6) 갓 태어나신 예수를 경배했던 것일까요? 여러 가지 정황으로 보아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박사들이 예루살렘에 이르러 '유대인의 왕으로 나신 이'를 찾았을 때, 헤롯은 그들을 베들레헴으로 보내면서 '아기에 대하여 자세히 알아보고 찾거든 알려 달라'고 했습니다. 헤롯의 말을 듣고 베들레헴으로 가던 박사들은 동방에서 보던 별의 인도를 받아 예수께서 계신 집으로 들어가서 그분을 경배했습니다. 그 후에 박사들은 꿈에 ‘헤롯에게로 돌아가지 말라’는 지시를 받고 다른 길로 자기 나라에 돌아갔습니다. 이에 헤롯은 박사들에게 속은 것을 알고 몹시 화가 났습니다. 그는 사람들을 보내어 박사들에게 알아본 때를 기준으로, 베들레헴과 그 부근에 사는 두 살짜리부터 그 아래의 사내아이를 모조리 죽였습니다. 그러나 요셉 일행은 꿈에 '헤롯이 아기를 찾아서 죽이려고 하니 이집트로 피신하라'는 지시를 받고 이미 베들레헴을 떠난 뒤였습니다(마 2:1-16).
그런데, 마리아는 이집트로 떠나가기 전 아기를 데리고 예루살렘에 올라갔었습니다. 유대의 모든 산모는 자녀를 낳은 후 율법에서 정한 기한이 지나면 제사장에게로 가서 규례대로 제물을 드려 속죄를 받아야 했기 때문입니다. 그 기한은 남자 아이를 낳았을 때는 40일, 여자 아이를 낳았을 때는 80일 이었습니다(레 12:2-6). 따라서 마리아는 아기를 낳은 후 40일이 지나서 율법에 따라 정결 예식을 치르기 위해 성전이 있는 예루살렘으로 갔습니다(눅 2:22). 만일, 박사들이 갓 태어나신 예수님을 경배했다면, 마리아는 성전에 올라가지도 못하고 이집트로 갔어야 했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박사들이 자기 나라로 돌아간 지 얼마 되지 않아서 헤롯이 사람들을 보내 베들레헴과 그 부근에 있는 두 살짜리부터 그 아래의 사내아이를 모조리 죽였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박사들이 아기 예수를 경배한 때는 예수님께서 갓 태어나신 때가 아니라 로마 황제 아우구스투스(Caesar Augustus) 2(BC 63 - AD 14)의 명에 의한 인구조사(눅 2:1)가 끝나고 요셉이 거처를 마련한 후 3였을 것입니다. 4
- 이들은 바벨론 출신의 천문학과 점성학에 해박한 지식을 지닌 현인들(wise men)로 볼 수 있는데, 6세기 말경에 이르러서 그들의 이름이 각각 멜콘(Melkon), 발사살(Balthasar) 그리고 가스퍼(Gasper)로 밝혀진 바 있습니다(호크마 종합주석). [본문으로]
- 이때의 아기(예수)는 헬라어로 'βρέφος [브레포스, babe)'입니다. [본문으로]
- 본명은 Gaius Julius Caesar Octavianus. [본문으로]
- 이때는 아기(예수)에 대하여 헬라어 'παιδίον [파이디온, child)'를 사용했습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