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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칼럼

제사장과 목사

2019. 2. 7.

신약의 목사직이 구약의 제사장직을 계승했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것 같다. 둘 사이에 어떤 연관성이 있어서일까?

제사장의 가장 큰 그리고 주된 임무는 제사를 통한 하나님과 사람 사이의 중보였다. 이 역할은 예수 그리스도에 의해 성취되었기 때문에 더 이상 제사장의 중보는 필요 없게 되었다.

"하나님은 한 분이시요 또 하나님과 사람 사이에 중보자도 한 분이시니 곧 사람이신 그리스도 예수라" (딤전 2:5)

누구든지 대제사장이신 예수 그리스도(히 3:1 ; 4:14 etc.)를 통해(서만, 요 14:6) 하나님께 나아갈 수 있다.

그 밖의 제사장의 임무는 하나님의 율법을 백성에게 가르치고(대하 15:3 ; 렘 18:18 ; 겔 7:26 ; 미 3:11), 우림과 둠밈을 통해 하나님의 뜻을 묻거나(출 28:30 ; 스 2:63) 나병 등의 피부병을 진찰하고 판단하는 일이었다(레 13, 4장). 우림과 둠밈을 통해 하나님의 뜻을 묻는 일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고, 피부병을 진찰하고 치료하는 일은 의사가 하면 된다. 병 고치는 은사를 받은 자(고전 12:9)가 할 수도 있겠다. 말씀을 가르치는 일 역시 목사의 전유물은 아니다. 교사라는 직분이 있고(고전 12:28 ; 엡 4:11) 장로들이 담당해도 된다(딤전 5:17). 그럼에도 목사라는 직분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목사는 신약성서에 딱 한 번 언급되었다.

"그가 어떤 사람은 사도로, 어떤 사람은 선지자로, 어떤 사람은 복음 전하는 자로, 어떤 사람은 목사(ποιμήν [포이멘])와 교사[각주:1]로 삼으셨으니" (엡 4:11)

헬라어 '포이멘'은 '목자'(마 9:36 ; 막 6:34 ; 요 10:2 ; 히 13:20 etc.)란 의미로 목사의 직무는 한 마디로 교인들을 ‘돌보는(보살피는)’ 일이다. 그런데 돌보는 일은 장로들에게 주어진 직무이기도 하다(행 20:28). 장로는 각 교회마다 있었고(딛 1:5), 그들은 교인들을 돌보며 가르치는 일을 했다(딤전 3:5 ; 약 5:14 ; 벧전 5:12). 그렇다면 굳이 교회에 목사라는 직분을 세워 돌보는 일을 맡길 필요가 있었을까? 장로가 맡으면 될 일을 말이다. 

구약에서는 제사장의 자격과 그 직무에 대해 자세히 언급하고 있다. 그만큼 하나님의 성민 이스라엘에게 있어서 제사장은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다. 그런데 오늘날 교회에서 하나님 다음으로 섬겨야 한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아주 중요한 위치에 있는 목사의 직분에 대해 성경은 왜 침묵하고 있는 것일까. 그만큼 중요한 직분이라면 제사장처럼 그 자격을 엄격히 제한하고 직무에 대해 상세히 언급했을 법도 한데 말이다. 이로 보건대 목사는 감독이나 장로의 직무에 대한 또 다른 호칭이 아니었을까.[각주:2]

요지는 목사라는 직분이 구약의 제사장직을 계승했다고 하는 근거가 성경에 없다는 것이다. 그래도 목사가 제사장직을 계승했다고 우긴다면 집사도 제사장직을 계승했다고 할 수 있겠다. 모든 그리스도인들은 ‘왕 같은 제사장’이니까(벧전 2:9 ; 계 1:6 ; 5:10). 목사든 집사든 모든 직분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권위가 아니라 '섬김'이다. 참 목자이신 예수께서 그러셨던 것처럼(마 20:28 ; 막 10:45).

"예수께서 제자들을 불러다가 이르시되 이방인의 집권자들이 그들을 임의로 주관하고 그 고관들이 그들에게 권세를 부리는 줄을 너희가  알거니와 너희 중에는 그렇지 않아야 하나니 너희 중에 누구든지 크고자 하는 자는 너희를 섬기는 자가 되고 너희 중에 누구든지 으뜸이 되고자 하는 자는 너희의 종이 되어야 하리라 인자가 온 것은 섬김을 받으려 함이 아니라 도리어 섬기려 하고 자기 목숨을 많은 사람의 대속물로 주려 함이니라" (마 20:24-28)

  1. 교사라는 단어에 관사가 없다[τοὺς δὲ ποιμένας καὶ διδασκάλους]는 것을 근거로 목사와 교사를 같은 직분 혹은 한 직무의 두 기능으로 보기도 한다. 강병도, 「호크마종합주석」, 에베소서 4장 주해. [본문으로]
  2. 장로교에서는 장로를 가르치는 장로(목사)와 치리장로로 구분하는데, 이는 딤전 5:17에 대한 칼뱅의 주석에 따른 결과이다. 김북경, '목사에서 장로가 된 이유', 뉴스앤조이(www.newsnjoy.or.kr) 기사. 이에 대해 메튜 헨리(Matthew Henry)는 초대 교회 당시에는 다스리는 자와 가르치는 자가 따로 있지 않았으며, 동일한 사람에 의해서 이 두 가지가 다 시행되었다고 주장한다. 「디럭스바이블 : 메튜헨리 주석」, 디모데전서 5장 주해.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