ποιμέν칼럼

피째 먹지 말라니까

"모든 생물은 그 피가 생명과 일체라 그러므로 내가 이스라엘 자손에게 이르기를 너희는 어떤 육체의 피든지 먹지 말라 하였나니 모든 육체의 생명은 그것의 피인즉 그 피를 먹는 모든 자는 끊어지리라" (레 17:14)

본디 동물은 식물(食物)이 아니었다. 대홍수 후 비로소 양식이 되었는데, '고기를 피째 먹지말라'는 단서가 붙었다.

"모든 산 동물은 너희의 먹을 것이 될지라 채소 같이 내가 이것을 다 너희에게 주노라 그러나 고기를 그 생명 되는 피째 먹지 말 것이니라" (창 9:3, 4).

'피째 먹지 말라'는 말씀에는 생명을 경시하지 말고 존중하라는 의미[각주:1]가 담겨져 있기는 하지만 가장 큰 의미는 '속죄'와 관련이 있다.

하나님께서 처음 만드신 세상에는 죄가 없었다(창 1:31). 첫 사람 아담이 하나님께서 금하신 열매를 먹은 후 죄가 세상에 들어왔고 그 대가로 죽음이 찾아왔으며(롬 6:23) 아담의 후손들 역시 죄를 지었기 때문에 죽음이 모든 사람에게 이르게 되었다(롬 5:12). 그러니까 죽음은 모든 사람이 죄인임을 보여주는 증거인 셈이다.

죄사함을 받기 위해서는 피흘림[죽음]이 있어야 한다(히 9:22). 생명이 피에 있기 때문에 피가 죄를 속할 수 있는 것이다. 구약시대에는 사람을 대신하여 동물의 피를 제단에 뿌림으로 죄사함이 이루어졌다. 이처럼 동물의 피는 사람의 죄를 속하기에 그 피는 신성하며 사람의 죄를 속하는 제물로만 쓰여져야지 그 피를 먹어서는 안 된다(레 17:11).[각주:2] 하지만 그리스도께서 짐승의 피가 아닌 자신의 피로 영원한 속죄를 이루셨기 때문에 더 이상 속죄를 위한 짐승의 피는 필요치 않다(히 9:12). 그럼에도 예루살렘 회의에서 이방인 신자들에게 피를 멀리하라고 권면한 이유는 뭘까?

바울과 바나바가 안디옥에서 사역하고 있을 때 어떤 사람들이 유대에서 내려와 '모세의 법대로 할례를 받지 않으면 구원 받을 수 없다'고 가르쳤다(행 15:1). 할례는 하나님과 이스라엘 백성 사이에 맺은 언약의 표시다(창 17:11). 유대인이든 이방인이든 하나님의 백성이 되고자 하는 자는 반드시 할례를 받아야 했는데(창 17:12) 이를 거부하는 자는 이스라엘 공동체의 일원이 될 수 없었다(창 17:14). 하지만 단지 육체에 할례를 받았다고 해서 진정한 의미의 성도가 되는 것은 아니다.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에게 할례를 요구하신 근본적인 이유는 하나님의 성민으로서의 거룩한 삶이었다(신 10:12-16 ; 렘 4:4). 만일 그런 삶을 살지 못한다면 할례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롬 2:25). 진정한 할례는 육체에 행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 하는 것이다(롬 2:28, 29). 그리고 무엇보다 할례는 하나님의 백성으로 살겠다는 헌신과 구별의 표시이지 구원의 보증 수표는 아니다. 이는 세례도 마찬가지다.

바울과 바나바가 그들과 논쟁을 벌였지만 결론이 나지 않자 안디옥 교회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예루살렘에 있는 사도들과 장로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예루살렘 회의가 소집되고 베드로와 야고보를 비롯한 사도들과 장로들은 오랜 토론 끝에 다음과 같은 결정을 내렸다.

"성령과 우리는 이 요긴한 것들 외에는 아무 짐도 너희에게 지우지 아니하는 것이 옳은 줄 알았노니 우상의 제물과 피와 목매어 죽인 것과 음행을 멀리할지니라..." (행 15:28, 29)

우상의 제물, 피, 목매어 죽인 것, 음행 등은 당시 이방인의 관습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레 19:26-29) 이방인 개종자들 중에는 여전히 그런 관습을 버리지 못한 자들이 더러 있었다(고전 5:1). 어쩌면 그런 관습들이 이방인들 사이에서 너무나 흔한 것들이었기에 죄(?)로 인식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각주:3] 하지만 유대인들에게는 모두 엄히 금하는 것들이었다.

안디옥뿐만 아니라 각 도시에는 유대인들이 살고 있었고[디아스포라 유대인] 그들은 안식일마다 회당에서 모세의 율법을 듣고 있었다(행 15:21). 비록 그들이 그리스도교로 개종했다고 해도 우상의 제물과 피, 목매어 죽인 것, 음행 등에 관해서는 여전히 거부감이 있었을 것이다(행 21:20). 만일 이방인 신자들이 여전히 그런 관습을 버리지 않는다면 공동체는 마찰과 혼란이 불가피하다. 따라서 이방인 신자들과 유대인 신자들 사이의 진정한 유대와 일치를 위해서는 그것을 저해하는 요소들을 제거해야만 했다.[각주:4]

그렇다면 이러한 권면은 오늘날에도 필요하지 않을까. 교회 안에는 다양한 문화와 종교를 가졌던 사람들이 있을 것이고 그들 중에는 유대인들처럼 우상의 제물이나 피에 거부감을 갖는 사람들도 역시 존해할 것이니 말이다. 음행이야 말할  것도 없다.

이에 관해서는 우상의 제물에 대한 바울의 견해를 참고하는 것이 좋을 듯 하다(고전 8장).

"모든 것이 가하나 모든 것이 유익한 것은 아니요 모든 것이 가하나 모든 것이 덕을 세우는 것은 아니니 누구든지 자기의 유익을 구하지 말고 남의 유익을 구하라... 유대인에게나 헬라인에게나 하나님의 교회에나 거치는 자가 되지 말고 나와 같이 모든 일에 모든 사람을 기쁘게 하여 자신의 유익을 구하지 아니하고 많은 사람의 유익을 구하여 그들로 구원을 받게 하라" (고전 10:23-33)

  1. 피는 생명을 유지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이므로 피는 곧 생명과 일체다(레 17:14). 따라서 피를 먹는 것은 생명을 경시하는 행위이다. 사람이든 짐승이든 생명은 소중한 것이다. [본문으로]
  2. 전정진,「레위기 어떻게 읽은 것인가?」, (서울 : 성서유니온), p. 185-186. [본문으로]
  3. Bible Commentaries : Coffman's Commentaries on the Bible, Acts 15(www.studylight.org). [본문으로]
  4. ibid.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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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