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 : 가인의 후손들
아벨을 죽인 가인에게 내려진 형벌은 '땅에서 피하며 유리하는 자'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땅에서 저주를 받아 밭을 일구어도 소출을 거둘 수 없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아예 땅에서 추방되어 쉬지도 못하고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는 신세가 된 것입니다. 그러다가 만나는 사람에게 죽임을 당할 것이라며 자신에게 내려진 형벌이 너무 가혹하다고 하소연합니다(창 4:14).
구약시대 이스라엘에는 '고엘제도'가 있었습니다. '고엘'은 '구속하다, 회복하다, 보상하다'란 뜻의 히브리어 '가알'(גָּאַל)에서 유래한 말로 '구속, 구원'이란 의미와 함께 '보복할 자, 기업을 무를 자'란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레 25:25 ; 민 35:19 ; 룻 2:20).1 어떤 사람이 살인을 당한 경우 동해보복법(同害報復法, 출 21:23, 24 ; 신 19:21)에 따라 피살자의 친족이 살인한 자를 죽일 수 있었는데2 이를 가리키는 표현이 '보복자'(신 19:12), '피를 보복하는 자'(민 35:19), '피의 보복자'(수 20:3, 5), '원수 갚는 자'(삼하 14:11)입니다. 물론 모세 때 만들어진 규례이긴 하지만 가인은 아벨의 일로 누군가에게 보복을 당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성경에는 기록되지 않았지만 가인과 아벨 외에 아담과 하와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들이 도처에 살고 있었을 것입니다(창 4:17 ; 5:4).3
하나님께서는 '가인을 죽인 자는 칠 배로 벌을 받게 될 것이라'고 하시면서 그에게 표를 주사 아무도 그를 죽이지 못하게 하셨습니다. 율법에 의하면 살인자 특히 고살자는 반드시 죽이게 되어있는데(창 9:6 ; 출 21:12 ; 레 24:17 etc.) 정작 하나님께서는 가인을 살려 주셨습니다. 가인에게 회개의 기회를 주시기 위한 하나님의 자비가 아닌가 싶습니다(겔 33:11 ; 벧후 3:9). 하지만 가인은 회개 대신 하나님께 대항하는 쪽을 택했습니다.
땅에서 피하거나 방랑자가 되는 대신 한 곳에 정착해 살기로 마음먹고 에덴 동쪽에 있는 놋(נוֹד [노드])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아이러니칼 하게도 놋이란 지명은 '방랑'이란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내를 얻어 낳은 첫 아이의 이름을 '시작하다, 가르치다, 봉헌하다'란 뜻의 에녹(חֲנוֹךְ [하노크])이라 짓고 그 이름으로 도시도 세웠습니다(창 4:17).
에녹은 이랏을 낳고, 이랏은 므후야엘을 낳고, 므후야엘은 므드사엘을 낳고, 므드사엘은 라멕을 낳았습니다. 라멕(לֶמֶךְ [레메크])은 아다와 씰라를 아내로 맞이했습니다. 아다는 야발과 유발을 낳았는데 야발은 장막에 살면서 가축을 치는 사람들의 조상이 되었고 유발은 수금과 퉁소를 만들어 사용한 최초의 사람이 되었습니다.
성경의 기네스 : 최초의 악기
성경에 제일 처음 등장하는 악기는 '수금'과 '퉁소'입니다(창 4:21). '수금(כִּנּוֹר[킨노르])'은 '현(string)을 퉁겨 소리를 내는 악기'란 뜻으로, 70인역(LXX)은 '키다라(κιθάρα)'로, KJV, ASV, 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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씰라는 두발가인을 낳았는데 그는 구리와 쇠로 여러 가지 기구를 만드는 사람이 되었고 그에게는 나아마라는 누이가 있었습니다.
하루는 라멕이 아내들에게 자신을 다치게 한 청년을 죽였다고 말합니다. 그러고선 '가인을 해친 벌이 칠 배라면 라멕을 위해서는 칠십칠 배가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자기를 해치는 자가 받을 형벌이 가인을 해치는 자가 받을 형벌보다 더 크다며 마치 자신의 행동을 자랑하듯 떠벌리는 라멕에게서 그 어떤 두려움도 죄책감도 부끄러움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이는 마음에 하나님을 두기 싫어하는 사람들(롬 1:28), 양심에 낙인이 찍힌 자들(딤전 4:2)의 전형적인 모습이기도 합니다.
라멕의 자녀들을 끝으로 가인의 후손에 대한 언급은 더 이상 없습니다. 물론 그들도 번성하여 큰 가문을 이루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