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ἐν/성경이야기

게르솜의 아들 요나단

yeum 2021. 9. 23.

이스라엘의 사사시대에는 특정한 지도자가 없었고 그로 인해 사회적으로나 종교적으로 매우 무질서한 상태였습니다. 삿 17장과 18장은 당시의 상황이 어떠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에브라임 지파에 미가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는 신상과 에봇과 드라빔을 만들어 신당에 두고 자기 아들을 제사장으로 삼았습니다. 본래 제사장은 레위 지파 가운데서도 아론의 자손들만이 맡을 수 있는 직분이었습니다(출 28:1). 그것도 개인이나 한 가정을 위해서가 아니라 하나님의 일을 위해 그리고 엄격한 자격과 절차를 통해 세움받았습니다(이에 대해서는 레위기에서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미가가 자기를 위해서, 자기 마음대로 제사장을 세웠다는 것은 사람마다 자기 소견에 옳은 대로 행했던(삿 17:6) 당시의 시대상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런 일이 있은 지 얼마 후 유다 베들레헴에 살고 있던 한 레위 사람이 새로 거주할 곳을 찾다가 에브라임 산지에 있는 미가의 집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미가는 자기 아들을 제사장으로 세운 것이 찜찜했는지 그에게 자기를 위하여 제사장이 되어 줄 것을 요청합니다. 그 대가로 해마다 은 열과 의복 한 벌 그리고 먹을 것을 주겠다고 제안했습니다. 의식주 제공에 미미하나마 연봉까지 주겠다고 하니 거주할 곳이 없던 레위 사람은 그 제안을 흔쾌히 수락했습니다. 이에 미가가 하는 말은 듣기 민망할 정도입니다. "레위인이 내 제사장이 되었으니 이제 여호와께서 내게 복 주실 줄을 아노라"(삿 17:13) 단지 레위 사람을 제사장으로 세웠다고 당연히 복을 받을 거라는 생각은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요?

레위 사람은 자신이 아론의 후손이 아니었기에 제사장 직분을 맡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미가의 제안을 받아들였습니다. 그것도 하나님을 섬기는 제사장이 아니라 우상을 섬기는 제사장으로 말입니다. 그가 미가의 제안을 받아들인 이유는 오직 한 가지 먹고 살기 위해서입니다(삿 17:9).[각주:1] 어떤 이유로 살던 곳을 떠났는지 알 수는 없지만 그에게는 거처가 필요했습니다. 사실 미가의 제안은 그리 좋은 조건은 아니었지만 생활하는 데는 지장이 없었습니다.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무엇을 입을까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살기 위해서 어쩔 수 없었다고 변명할지 모릅니다. 그래도 그렇지 우상의 제사장이라니. 더 가관인 것은 단 지파에게 스카우트(?)되자 마음속으로 기뻐했다는 것입니다(삿 18:20). 한 지파를 잘못된 길로 이끌게 되었는데도 오히려 기뻐하는 그의 모습에서 일말의 죄책감도 양심의 가책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사사기 기자는 이 레위 사람이 누구인가를 밝히고 있습니다.

"단 자손이 자기들을 위하여 그 새긴 신상을 세웠고 모세의 손자요 게르솜의 아들인 요나단과 그의 자손은 단 지파의 제사장이 되어 그 땅 백성이 사로잡히는 날까지 이르렀더라" (삿 18:30)

여기서 요나단이 미가의 집 제사장에서 단 지파의 제사장이 된 레위 사람이라는 데에는 학자들간에 이견이 없습니다.[각주:2] 다만, HBS와 KJV를 비롯한 몇 역본들이 요나단을 '모세의 손자'가 아닌 '므낫세의 손자'로 표기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성경에 므낫세는 요셉의 장자(창 41:51), 유다 왕 히스기야의 아들(왕하 20:21), 바핫모압의 자손(스 10:30), 하숨의 자손(스 10:33) 등이 있습니다. 또 게르솜(혹은 게르손)은 레위의 장자 게르손(창 46:11 ; 출 6:16), 모세의 장자 게르솜(출 2:22 ; 18:3), 에스라와 함께 바벨론에서 귀환한 비느하스 자손의 게르솜(스 8:2) 등입니다.

삿 18장의 배경이 되는 시기는 사사시대 초기입니다. 당시 단 지파가 기업을 분배받지 못하였으므로 거주할 땅을 구하는 중이었기 때문입니다(삿 18:1). 그리고 18장과 거의 같은 구(句)로 시작되는 19장의 배경 역시 아론의 손자인 엘르아살의 아들 비느하스가 제사장으로 활동하던 시기였으므로(삿 20:28) 초기 사사시대로 봐야 할 것입니다. 요나단이 레위 사람이고 게르솜이 모세의 아들이라는 것 그리고 시기가 사사시대 초기라는 점 등 여러 가지로 종합해 볼 때 요나단을 므낫세의 손자보다는 모세의 손자로 보는 것이 맞지 않을까요?

  1. 혹자는 그가 사람들에게 천대를 받아서 굶어 죽게 되자 불가피하게 베들레헴을 떠나게 되었을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매튜핸리 주석. [본문으로]
  2. 로고스 주석 참조. [본문으로]

'성경ἐν > 성경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게르솜의 아들 요나단  (0) 2021.09.23
에녹은 아담의 몇 대손 일까요?  (0) 2021.09.20
성경의 비유 : 가라지  (0) 2021.07.22
성경의 비유 : 씨 뿌리는 자  (0) 2021.07.21
히브리어, 70인역(LXX) 성경 책명  (0) 2021.07.17
헬라어 성경 책명  (0) 2021.07.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