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호와의 성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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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왕기상 6장 37절 ~ 38절 [개역개정]
37 넷째 해 시브월에 여호와의 성전 기초를 쌓았고
38 열한째 해 불월 곧 여덟째 달에 그 설계와 식양대로 성전 건축이 다 끝났으니 솔로몬이 칠 년 동안 성전을 건축하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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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애굽한 이스라엘 백성이 시내산에 머물러 있을 때 하나님께서는 모세에게 율법을 주셨고, 성막을 만들도록 지시하셨습니다. 이후로 성전이 지어질 때까지 성막에서 제사를 드렸습니다. 이스라엘이 요단 강을 건너 약속의 땅 가나안에 처음 성막을 설치한 곳은 길갈입니다(수 4:19 ; 5:10). 이후 성막은 실로(수 18:1)와 놉(삼상 21:1)을 거쳐 기브온으로 옮겨졌습니다(대하 1:3). 그리고 성전이 건축된 후 성막은 해체되었습니다. 이제 그 역할을 성전이 대신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왕상 6장을 통해 성전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건축이 되었고 그것이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무엇인지 살펴보겠습니다.
1. 성전은 예루살렘에 있는 모리아 산에 건축되었습니다.
솔로몬이 이스라엘 왕이 된 지 4년째 되는 해 2월에 시작된 성전 건축은 11년이 되는 해 8월에 완공이 되었습니다. 7년 6개월이 소요된 것입니다. 성전을 건축한 장소는 예루살렘의 모리아 산에 있는 여부스 사람 오르난[아라우나, 삼하 24:16]의 타작마당이었습니다(대하 3:1). 모리아 산은 아브라함이 이삭을 바치려 했던 곳인데(창 22:2), 다윗이 이곳을 성전 부지로 정했습니다(대상 22:1). 야곱이 형 에서를 피해 하란으로 가던 중 루스라는 곳에서 잠을 자다가 꿈속에서 하나님을 만난 후 그곳을 하나님의 집, 벧엘이라 불렀던 것처럼(창 28:17, 19) 다윗은 모리아 산에서 하나님의 임재를 체험한 후(대상 21:28) 그곳을 하나님의 성전이라 불렀고(대상 22:1) 솔로몬이 그곳에 성전을 건축한 것입니다. 이렇게 모리아 산에 성전이 건축된 것은 지난 시간에 말씀드린 대로 우연이 아니라 하나님의 섭리였습니다.
2. 성전은 여호와의 (성)전으로 불렸습니다.
성막으로 번역된 히브리어 '미쉬칸(מִשְׁכָּן)'은 ‘거처, 주거’라는 뜻으로 ‘하나님이 거하시는 곳’이라는 의미입니다(시 76:2 ; 행 7:46). 이스라엘 백성이 가나안에 정착을 한 후에는 성막의 명칭이 '하나님의 집'(삿18:31), '여호와의 집'(삼상 1:7) 혹은 '여호와의 전'으로 바뀌었는데(삼상 1:9) 그 의미는 같습니다. 성막은 하나님이 거하시는 처소로 하나님과 이스라엘 백성이 만나는 장소였습니다(출 29:42). 그런 의미에서 성막을 회막(히, 오헬 모에드[אֹהֶל מוֹעֵד], 출 33:7)이라 불렀습니다. 성전도 마찬가지입니다. 성전은 죄인이 하나님을 만나는 장소입니다.
하나님은 영이시기 때문에(요 4:24) 사람이 볼 수도 없고 본 사람도 없습니다(요 1:18 ; 딤전 6:16). 그러면 성전에 하나님이 거하신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그것을 가시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바로 법궤입니다. 법궤는 언약궤(민 10:33 ; 14:44 ; 신 31:9) 혹은 증거궤(출 25:22)라고도 불리는데, 궤 안에 '증거의 판'이자 '언약의 판'인 십계명의 두 돌판이 들어있기 때문입니다(출 25:16). 그리고 이 궤를 덮는 뚜껑을 '속죄소'라 부릅니다(출 25:17). 속죄소란 '속죄의 장소'란 뜻으로, '덮다', '잊어버리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즉, 속죄소는 '지은 죄를 덮어주고 잊어버리는 장소'입니다. 우리의 죄가 먹보다 더 검고 주홍보다 더 붉을 지라도 이 속죄의 장소 앞에 나아가기만 하면 하나님께서는 우리의 모든 죄와 허물을 덮어주시고 기억도 안 하실 것입니다(사 1:18).
이 속죄소 위에 두 그룹의 형상이 양 끝에 하나씩 세워져 있는데, 그 날개를 펴서 속죄소를 덮고 그 얼굴을 서로 대하여 속죄소를 향하도록 했습니다(출 25:19, 20). 솔로몬이 건축한 성전의 지성소에는 속죄소의 두 그룹 외에 높이가 10규빗(≒5M)이나 되는 거대한 형상의 두 그룹을 만들어 법궤 옆에 두었습니다(왕상 6:27).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그룹을 천사의 한 종류로 보는데, 천사와는 다른 존재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이 그룹의 역할은 하나님의 보좌를 수호하는 것으로 속죄소가 하나님의 임재의 장소이며 은혜의 보좌임을 보여줍니다(겔 10:4 ; 28:16). 하나님께서는 모세에게 "거기서 내가 너와 만나겠고 속죄소 위 곧 증거궤 위에 있는 두 그룹 사이에서 내가 이스라엘 자손을 위하여 네게 명령할 모든 일을 네게 이르리라"고 하셨습니다(출 25:22).
이처럼 법궤는 하나님의 임재를 가시적으로 보여주는 상징일 뿐만 아니라 하나님과 그의 백성이 만나는 장소였습니다. 그래서 이 법궤가 있는 성전을 하나님께서 거하신다는 의미로 '여호와의 (성)전[집]'(왕상 6:37)이라 부른 것입니다(삼하 7:2-5). 아무리 크고 화려한 건물이라도 하나님이 계시지 않으면 그곳은 성전이 아니라 그냥 건물에 불과합니다(렘 7:4).
3. 성전을 건축하는 동안 그 안에서 연장 소리가 들리지 않았습니다.
성전 건축에 사용된 주요 재료는 나무와 돌이었습니다. 돌은 채석장에서 치수에 맞게 다듬어 가져왔고 나무 역시 끼워 맞추기만 하면 되도록 제작되어 왔기 때문에 성전 안에서는 연장 소리를 내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이는 거룩과 평화를 상징하는 성전의 성격에 맞게 건축 과정도 엄숙하고 평화로운 가운데서 진행될 필요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교회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리스도의 몸 된 교회 안에서는 다툼이나 분쟁, 비방이나 수군거림이 있어서는 안 됩니다. 그런 소리들이 들리지 않도록 서로 조심하고 때론 양보해야 합니다(고전 6:7). 그것이 바로 성도라 부르심을 입은 사람들의 모임인 교회의 참모습입니다.
4. 성전 내부를 모두 순금으로 입혔습니다.
금은 성경에서 믿음을 상징하는 것으로(벧전 1:7 ; 계 3:18), 하나님을 섬기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 믿음임을 보여줍니다. 그래서 히브리서 기자는 "믿음이 없이는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지 못하나니 하나님께 나아가는 자는 반드시 그가 계신 것과 또한 그가 자기를 찾는 자들에게 상주시는 이심을 믿어야 한다"(히 11:6)고 강조했습니다. 하나님을 믿되 어떤 상황에서도 변함이 없고 불순물이 섞이지 않은 정금같이 순수한 믿음을 가져야 합니다.
5. 성전은 예수 그리스도의 몸입니다.
하나님의 임재를 상징하는 법궤가 안치된 곳은 지성소입니다. 지성소는 히브리어로 '코데쉬 하코다쉼'이라고 하는데, 직역하면 '거룩한 곳들 중의 거룩한 곳' 즉 가장 거룩한 곳이라는 뜻입니다.
지성소는 아무나 아무 때나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대제사장이 1년에 하루 대속죄일(7월 10일, 레 23:27)에 희생제물의 피를 가지고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대제사장이라도 이를 어기면 죽임을 면치 못했습니다(레 16:2).
지성소와 성소 사이에는 이를 구분하는 휘장이 있었습니다(출 26:33). 이 휘장이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실 때 위로부터 아래까지 찢어져 둘이 되었습니다(마 27:51). 히브기서 기자에 의하면 이 휘장은 예수님의 육체를 상징합니다(히 10:20). 이로써 1년에 한 번 대제사장만이 아닌 누구나, 언제든지 예수 그리스도의 보혈을 힘입어 하나님께 담대히 나아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히 10:19). 예수님께서 우리를 위해 새롭고 살아 있는 길을 열어 주신 것입니다. 누구든지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자들은 죄사함을 받고 이 길을 통해 언제든지 하나님께 나아갈 수 있습니다(요 14:6). 예수 그리스도 외에 하나님께 나갈 수 있는 다른 길은 없습니다(행 4:12).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솔로몬 성전을 건축하는데 든 비용은 오늘날로 환산하면 수백조 원이 들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 성전은 바벨론에 의해 파괴되었고 스룹바벨에 의해 재건되었지만(스 6:15) 솔로몬 성전에 비하면 초라했습니다. B.C. 20-19년, 당시 유대인의 왕이었던 헤롯이 유대인의 환심을 사기 위해 이 성전을 증축하기 시작했습니다. 요 2장에 보면 '이 성전을 46년 동안 지었다'(요 2:20)고 했는데, 그때까지도 마무리 공사를 하고 있었고 그 후 A.D. 63년 경에 이르서야 공사가 끝났습니다.
이 성전은 가로 11m, 세로 5.5m, 높이 3.5m나 되는 거대한 흰 대리석으로 되어 있었으며, 지붕은 금으로 되어 있어서 태양 빛에 반사되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것을 제대로 쳐다볼 수가 없을 정도였다고 합니다. 이를 본 제자들이 감탄을 하자 예수님께서는 ‘너희가 보고 있는 이것들이 돌 한 개도 돌 위에 남지 않고 다 무너질 날이 올 것이라’(눅 21:6)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A.D. 70년 로마에 의해 성전이 파괴됨으로써 예수님의 말씀이 실현되었습니다.
성전이 세워지므로 성막이 더 이상 필요 없게 된 것처럼 성전되신 예수님(요 2:21)께서 오심으로 건물로서 성전의 역할은 끝났습니다(히 9:9, 10). 이제 성전에서 하나님을 만나는 시대는 끝나고 교회에서 하나님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성전이 그리스도의 몸인 것처럼(요 2:19) 교회 역시 그리스도의 몸입니다(엡 1:23). 특히 바울은 성도를 가리켜 하나님의 성전이라고 했습니다(고전 3:16). 왜냐하면 성도 안에 하나님의 영이 거하시기 때문입니다(고전 12:3). 하나님의 성전은 거룩한 곳이므로 더럽혀져서는 안 되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성도 역시 하나님의 성전이므로 더럽혀지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고전 3:17). 이는 베드로가 언급한 대로 그리스도인들의 거룩한 삶을 강조한 말입니다. 그리스도인들은 하나님의 백성으로서 거룩한 삶을 살아야 하며(벧전 1:15 ; 2:9), 그를 통해 하나님의 영광을 나타내야 합니다. 이것이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빛과 소금의 삶이고(마 5:16) 바울이 강조한 삶으로 드리는 예배입니다(롬 12:1).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것은 화려한 성전의 건물이 아니라 성전으로서 백성들의 삶입니다(왕상 6:11, 12).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는 것이 제사보다 낫고 하나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숫양의 기름보다 나은 것처럼(삼상 15:22) 하나님께서 진정 우리에게 원하시는 것은 외적인 화려함이나 장엄함이 아닌 하나님의 백성으로서의 거룩한 삶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