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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령이 말하게 하심을 따라

2024. 7. 10.
성경본문 보기

사도행전 2장 1절 ~ 13절 [개역개정]

1 오순절 날이 이미 이르매 그들이 다같이 한 곳에 모였더니
2 홀연히 하늘로부터 급하고 강한 바람 같은 소리가 있어 그들이 앉은 온 집에 가득하며
3 마치 불의 혀처럼 갈라지는 것들이 그들에게 보여 각 사람 위에 하나씩 임하여 있더니
4 그들이 다 성령의 충만함을 받고 성령이 말하게 하심을 따라 다른 언어들로 말하기를 시작하니라
5 그 때에 경건한 유대인들이 천하 각국으로부터 와서 예루살렘에 머물러 있더니
6 이 소리가 나매 큰 무리가 모여 각각 자기의 방언으로 제자들이 말하는 것을 듣고 소동하여
7 다 놀라 신기하게 여겨 이르되 보라 이 말하는 사람들이 다 갈릴리 사람이 아니냐
8 우리가 우리 각 사람이 난 곳 방언으로 듣게 되는 것이 어찌 됨이냐
9 우리는 바대인과 메대인과 엘람인과 또 메소보다미아, 유대와 갑바도기아, 본도와 아시아,
10 브루기아와 밤빌리아, 애굽과 및 구레네에 가까운 리비야 여러 지방에 사는 사람들과 로마로부터 온 나그네 곧 유대인과 유대교에 들어온 사람들과
11 그레데인과 아라비아인들이라 우리가 다 우리의 각 언어로 하나님의 큰 일을 말함을 듣는도다 하고
12 다 놀라며 당황하여 서로 이르되 이 어찌 된 일이냐 하며
13 또 어떤 이들은 조롱하여 이르되 그들이 새 술에 취하였다 하더라

 

설교문 보기

예수님께서는 승천하시기 전 제자들에게 “예루살렘을 떠나지 말고 아버지께서 약속하신 것을 기다리라”고 하셨습니다(행 1:4). 몇 날이 못되어 성령으로 세례를 받을 것이기 때문입니다(행 1:5). 제자들은 예수님의 명령대로 예루살렘에 있는 한 다락방에 모여 성령을 기다리며 기도에 힘썼습니다(행 1:14). 그로부터 며칠 후 유대인의 절기 가운데 하나인 오순절 날이 이르렀습니다. 그때 제자들은 모두 한 곳에 모여 있었는데(행 2:1), 이 장소가 어디인지는 분명하지 않으나 제자들이 머물고 있던 다락방으로 추정됩니다. 그곳에 갑자기 하늘에서 강하고 세찬 바람 같은 소리가 나더니 그들이 앉아 있는 집 전체를 가득 채웠습니다. 그리고 마치 불의 혀처럼 갈라진 것들이 나타나서 그들 각 사람 위에 임했습니다(행 2:3-4).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성령께서 제자들에게 임한 것입니다. 그러면, 오순절 성령 강림의 사건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 예언의 성취

제자들은 모두 성령의 충만함을 받고 성령께서 말하게 하심을 따라 다른 언어들로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은 세계 각지에 흩어져 살고 있는 유대인들[디아스포라, 약 1:1 ; 벧전 1:1]과 유대교로 개종한 사람들로 대부분 오순절 절기를 지키기 위해 예루살렘에 와 있었습니다(행 2:5). 그런데 어디선가 자기들이 거주하는 나라의 언어로 하나님의 큰일들을 말하는 소리가 들리자 어리둥절하며 그곳으로 모여든 것입니다(행 2:11). ‘하나님의 큰일’이란 하나님께서 그리스도를 통해 행하신 일들 특히 구속 사역에 관한 것을 말합니다.

그들을 더욱 당황스럽게 한 것은 자기들의 언어로 말하고 있는 사람들이 모두 갈릴리 사람들이라는 것입니다. 제자들이 전부 갈릴리 사람들은 아니었으나 대부분이 갈릴리 출신이었고, 그들은 다른 지역의 유대인들에게 제대로 배우지 못한 자들로 인식되었습니다(행 4:13). 그런 자들이 다른 나라의 언어로 말하는 것을 보고 사람들은 놀라면서도 한편으로는 신기하게 여겼습니다. 그중에는 제자들이 새 술에 취했다고 조롱하는 자들도 있었습니다(행 2:12). 아마도 이들은 본토 유대인이었을 것입니다. 그들은 제자들이 하는 말이 실제 다른 나라의 언어라는 것을 몰랐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제자들이 하는 말을 술주정이라고 여겼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조금만 주의 깊게 살펴보면 그것이 술주정이 아님을 금방 알 수 있습니다. 디아스포라 유대인들의 반응만 봐도 알 수 있는 일입니다. 그들이 술에 취해서 하는 말에 놀라거나 이상히 여기겠습니까? 더욱이 술에 취한 사람들이 하나님의 큰일들을 말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분명 본토 유대인들도 자신들의 언어로 그 말을 들었습니다(행 2:9). 그럼에도 제자들이 술에 취해 주정하는 것으로 간주해 버렸다는 것은 당시 유대인들의 마음이 얼마나 완악했는지를 보여줍니다. 그들은 하나님께서 행하신 이적을 보면서도 하나님을 신뢰하지 않고 거역했던 그들의 조상들처럼(히 3:8) 성령의 역사를 술에 취한 자들의 주정으로 치부해 버리는 완악한 자들이었습니다.

이에 베드로는 이 일이 요엘 선지자를 통해 이미 하나님께서 말씀하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베드로가 인용한 성경은 요엘 2장 28절부터 32절까지입니다. “말세에 내가 내 영을 모든 육체에 부어 주리니 너희의 자녀들은 예언할 것이요 너희의 젊은이들은 환상을 보고 너희의 늙은이들은 꿈을 꾸리라 그때에 내가 내 영을 내 남종과 여종들에게 부어 주리니 그들이 예언할 것이요 또 내가 위로 하늘에서는 기사를 아래로 땅에서는 징조를 베풀리니 곧 피와 불과 연기로다 주의 크고 영화로운 날이 이르기 전에 해가 변하여 어두워지고 달이 변하여 피가 되리라 누구든지 주의 이름을 부르는 자는 구원을 받으리라 하였느니라”(행 2:17-21) 17절과 18절(욜 2:28-29)은 성령 강림에 관한 것이고, 19절과 20절(욜 2:30-31)은 주님께서 재림하시기 전에 일어날 징조에 관한 것입니다(마 24:29). 그리고 마지막 21절(욜 2:32)은 주님의 이름을 부르는 사람들이 받게 될 구원에 관한 말씀입니다. 주의 이름을 부른다는 것은 보통 기도를 말하지만, 여기에는 주님을 믿는다는 의미도 포함됩니다(롬 10:13). 주님을 믿지 않는 사람이 그분의 이름을 부를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롬 10:14).

이처럼 오순절 성령 강림은 어쩌다 우연히 일어난 일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태초부터 정하시고(왕하 19:25), 요엘 선지자를 통해 예언하신 것을 성취하신 사건입니다(행 2:16). 하나님께서 하신 약속은 그 정해진 때에 반드시 이루어질 것입니다. 주의 재림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날이 언제인지는 알 수 없으나 날마다 점점 가까이 오고 있습니다. 그날은 심판의 날이기도 합니다. 그 심판에서 구원받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주님의 이름을 부르는 것 즉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것입니다(요 3:18). 그 외에 죄인이 구원받을 수 있는 길은 없습니다. 죄인을 구원할 다른 이름을 우리에게 주신 일이 없기 때문입니다(행 4:12).

2. 언어의 통일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오직 성령이 너희에게 임하시면 너희가 권능을 받고 예루살렘과 온 유대와 사마리아와 땅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되리라”고 하셨습니다(행 1:8). 성령께서 임하시면 제자들은 권능을 받게 될 것인데, 그 권능은 증인으로서의 사역을 감당하는 데 필요한 모든 능력을 말합니다. 그중의 하나가 언어입니다. 현재 세계에서 사용되고 있는 언어의 수는 얼마나 될까요? 나라의 수만큼 되지 않을까요? 현재 국제연합(UN)에 가입된 나라는 193개국입니다. UN에 가입되지는 않았으나 국가의 지위를 갖는 나라[옵서버국가]와 사실상 독립 국가이지만 국제법상 국가로서 승인받지 못한 나라[미승인국]를 합치면 200개가 넘습니다. 그런데 현재 지구상에서 사용하고 있는 언어는 이보다 훨씬 많습니다.

처음에 사람들은 한 가지 언어만을 사용했습니다(창 11:1). 그러다가 바벨탑 사건으로 인해 각각 다른 언어를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홍수 심판 이후 노아의 후손들은 시날 평지에 도시를 건설하고, 그 가운데 하늘에 닿을 만큼 높은 탑을 쌓으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그들이 높은 탑을 쌓으려는 목적은 자신들의 이름을 내고, 온 지면에 흩어짐을 면하기 위해서였습니다. 하나님께서는 홍수 심판 이후 두 번 다시 홍수에 의해 땅을 멸하는 일이 없을 거라고 하셨습니다. 그 증표로 주신 것이 무지개입니다(창 9:11-16). 그런데도 노아의 후손들은 다시 홍수가 있을 것을 대비해서 높은 탑을 쌓으려고 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이는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창 9:1)는 하나님의 명령을 위반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이에 하나님께서는 사람들이 더 이상 탑을 쌓지 못하도록 언어를 혼잡게 하셨습니다(창 11:7, 8). 이렇게 해서 세상에 수많은 언어가 생겨난 것입니다.

오순절을 지키기 위해 예루살렘에 모여 있던 디아스포라 유대인들과 유대교로 개종한 이방인들이 하나님의 큰일들을 자신들의 언어로 듣게 된 것은 그리스도의 복음이 유대를 넘어 모든 족속에게 전파될 것임을 보여줍니다. 이로 말미암아 제자들은 바벨탑 사건 이후 생긴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어 모든 민족에게 복음을 전하고(막 16:15 ; 행 1:8) 그들을 제자로 삼으라는 주님의 명령(마 28:19, 20)을 수행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언제 인지는 알 수 없지만 하나님의 나라가 완성되면 모든 게 회복될 것이고, 그때 언어도 하나로 통일될 것입니다.

3. 교회의 탄생

애굽에서 노예로 생활하던 이스라엘 백성은 아빕월(정월) 15일에 그곳을 나와서(출 12:17 ; 민 33:3) 삼 개월이 되던 날 시내 광야에 이르렀습니다(출 19:1). 유대 전승에 따르면 이때는 3월 초하루입니다. 그리고 며칠 후(출 19:16) 모세는 그곳에 있는 시내 산에서 하나님으로부터 율법을 받습니다. 유대교에서는 이날을 오순절로 보고, 그들의 종교 탄생일로 지키고 있습니다.

이날은 새로운 공동체 곧 교회의 탄생일이기도 합니다. 오순절이 기독교 역사가 시작되는 출발점이 된 것입니다. 이 공동체는 성령의 충만함을 받은 120명으로 출발했습니다. 그런데 하루도 안 되어 그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습니다. 베드로의 설교를 듣고 많은 사람이 예수 그리스도를 믿은 결과입니다. 물론 주님의 도우심이 있었습니다(행 2:47).

베드로는 오순절에 벌어진 사건에 대해 유대 사람들에게 설명했습니다(행 2:14). ‘이 일은 요엘 선지자를 통하여 이미 하나님께서 말씀하신 것이며, 그 하나님께서 너희가 십자가에 못 박은 예수를 다시 살리시고 주와 그리스도가 되게 하셨다’라는 것이 설교의 요지입니다(행 2:15-36). 사람들은 이 말을 듣고 마음에 찔렸습니다. 그토록 고대하던 메시아를 알아보지 못하고 도리어 배척했으니, 자기들이 얼마나 큰 죄를 지었는지 깨닫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베드로와 다른 사도들에게 자신들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물었습니다. 어떻게 해야 구원을 받을 수 있는지를 물은 것입니다(행 16:30). 베드로가 그들에게 대답했습니다. “베드로가 이르되 너희가 회개하여 각각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세례를 받고 죄 사함을 받으라 그리하면 성령의 선물을 받으리니 이 약속은 너희와 너희 자녀와 모든 먼 데 사람 곧 주 우리 하나님이 얼마든지 부르시는 자들에게 하신 것이라”(행 2:38-39) 또 베드로는 많은 말로 증언하고 그들에게 ‘이 패역한 세대에서 구원을 받으라’고 권면했습니다(행 2:40). 그러자 베드로의 말을 받아들인 사람들이 세례를 받았고 그날 믿는 사람의 수가 삼천 명이나 늘었습니다(행 2:41). 그들 역시 새로운 공동체인 교회의 일원이 된 것입니다.

교회는 혈연이나 사람들의 뜻에 따라 맺어진 공동체가 아니라 오직 하나님에게서 난 자들의 신령한 공동체입니다(요 1:13). 유대인이든 이방인이든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모든 사람은 하나님의 가족입니다(엡 2:19). 거기에 어떤 차별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됩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오순절 성령의 충만함을 받는 제자들은 성령께서 말하게 하심을 따라 다른 언어들 곧 외국어로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는 하나님께서 약속하신 성령이 강림하셨다는 증거로서 제자들에게 주어진 능력 곧 방언의 은사입니다(행 2:33). 이는 통역의 은사 없어도 그 언어를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아들을 수 있습니다. 이와는 달리 사람들이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방언이 있습니다. 이 방언은 사람에게 말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 말하는 것이고 영으로 비밀을 말하는 것이기 때문에 아무도 그것을 알아듣지 못합니다(고전 14:2). 오늘날 방언의 은사를 받았다고 하는 사람들은 거의 백 프로 이 은사를 받은 것입니다. 이 방언은 알아들을 수 있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이를 통역하는 은사가 필요합니다(고전 14:13). 이 은사를 받은 사람이 없으면 교회에서는 방언을 하지 말고 조용히 할 것을 바울은 권면하고 있습니다(고전 14:28). 이러한 은사를 나눠 주시는 분은 성령이십니다. 성령께서 그의 뜻대로 각 사람에게 나누어 주시는 것입니다(고전 12:11).

그리고 이 은사들은 개인의 유익이 아닌 교회의 덕을 세우기 위해 주시는 것입니다(고전 14:12). 그러므로 무슨 은사를 받았다고 자랑할 필요도 없고, 자랑해서도 안 됩니다. 다만 은사를 받은 자들은 하나님의 은혜를 맡은 선한 청지기로서 주님의 몸 된 교회를 세우는 일에 서로 봉사하고 협력해야 합니다(벧전 4:10). 우리 교회가 그런 교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초대 교회처럼 아름답게 세워져 가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소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