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마음과 같은 뜻으로 온전히 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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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린도전서 1장 10절 ~ 17절 [개역개정]

10 형제들아 내가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너희를 권하노니 모두가 같은 말을 하고 너희 가운데 분쟁이 없이 같은 마음과 같은 뜻으로 온전히 합하라
11 내 형제들아 글로에의 집 편으로 너희에 대한 말이 내게 들리니 곧 너희 가운데 분쟁이 있다는 것이라
12 내가 이것을 말하거니와 너희가 각각 이르되 나는 바울에게, 나는 아볼로에게, 나는 게바에게, 나는 그리스도에게 속한 자라 한다는 것이니
13 그리스도께서 어찌 나뉘었느냐 바울이 너희를 위하여 십자가에 못 박혔으며 바울의 이름으로 너희가 세례를 받았느냐
14 나는 그리스보와 가이오 외에는 너희 중 아무에게도 내가 세례를 베풀지 아니한 것을 감사하노니
15 이는 아무도 나의 이름으로 세례를 받았다 말하지 못하게 하려 함이라
16 내가 또한 스데바나 집 사람에게 세례를 베풀었고 그 외에는 다른 누구에게 세례를 베풀었는지 알지 못하노라
17 그리스도께서 나를 보내심은 세례를 베풀게 하려 하심이 아니요 오직 복음을 전하게 하려 하심이로되 말의 지혜로 하지 아니함은 그리스도의 십자가가 헛되지 않게 하려 함이라

 

설교문 보기

고린도 교회는 사도 바울이 제2차 선교 여행 중에 세운 교회입니다. 그는 1년 6개월 동안 고린도에 머물며 하나님의 말씀을 가르쳤습니다(행 18:11). 고린도는 상업과 무역의 중심지로서 매우 부유한 항구도시였습니다. 그곳의 중심부에는 아프로디테 여신의 신전이 있었고, 그 영향으로 도시 전체가 영적으로, 도덕적으로 매우 타락해 있었었습니다. 그곳 사람들 가운데 일부가 복음을 듣고 그리스도인이 되었지만, 이전의 세속적 관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여러 문제를 일으켰습니다. 이 소식이 에베소에서 사역 중이던 바울에게 전해졌고(고전 16:8), 그는 이를 바로잡기 위해 고린도에 편지를 보냈습니다. 이 편지가 바로 고린도전서입니다.

고린도 교회는 다른 교회들에 비해 하나님께서 주신 은사가 풍성했습니다. 특히 언변과 지식이 풍족했는데(고전 1:5), 언변이란 말하는 능력을 말하고, 지식이란 복음에 관한 지식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은사들은 그들로 하여금 바울이 자신들에게 전해 주었던 복음 곧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증거를 확고하게 했을 뿐만 아니라 그리스도의 재림을 기다리며 살게 했습니다(고전 1:6-7). 반면에 고린도교회는 은사만큼이나 문제가 많은 교회였습니다. 그중의 하나가 분쟁으로(고전 1:11), 그들은 저마다 나는 바울에게, 나는 아볼로에게, 나는 게바에게, 나는 그리스도에게 속한 자라고 함으로써 파가 나뉘게 된 것입니다(고전 1:12). 바울에게 속한 자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주로 바울이 전한 복음을 듣고 개종한 이방인들로 구성되었으며, 바울이 고린도 교회를 세웠다는 점에서 이들이 주류를 이루었을 것입니다. 또 아볼로에게 속한 자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그의 가르침에 감명을 받은 사람들이었습니다. 아볼로는 알렉산드리아 출신의 유대인으로 언변이 좋고 성경에 능통한 사람이었습니다(행 18:24). 그는 이를 바탕으로 고린도 교인들에게 복음을 자세하게 가르쳐 주었는데(고전 3:6), 이에 감명을 받은 사람들이 그를 따랐던 것입니다. 그리고 게바에게 속한 자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베드로를 추종하는 유대인 개종자들에 의해 형성된 분파였습니다. 마지막으로 그리스도에게 속한 자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어떤 분파에도 속하지 않고 오직 그리스도께만 속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이렇게 고린도 교회가 여러 분파로 갈라져 분쟁에 휩싸이게 된 원인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시기심 때문이었습니다(고전 3:3). 교회 안에는 두 종류의 신자가 있습니다. 하나는 성령의 인도하심을 따라 사는 신령한 자이고, 다른 하나는 옛 습관을 벗어버리지 못한 채 여전히 인간의 본성과 욕망에 사로잡혀 사는 육신에 속한 자입니다(고전 3:1). 고린도 교인들은 대부분 후자에 속한 자들이었습니다. 바울은 그들을 ‘그리스도 안에서 어린아이들’에 비유했는데(고전 3:1), 이는 순진하거나 악을 모르는 좋은 의미가 아니라, 자신을 다스릴 줄 모르는 영적으로 미숙한 상태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육신에 속한 신자는 시기심을 버리지 못합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과 갈등이나 분쟁을 일으키기 쉽습니다. 고린도 교회 역시 이러한 시기심 때문에 바울이나 아볼로, 게바 등 특정 인물을 중심으로 당파를 지었고, 그로 인해 분쟁이 일어나게 된 것입니다(고전 3:3-4). 그렇다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1. 그리스도 안에서 같은 말을 하고, 같은 마음과 같은 뜻을 가져야 합니다.

바울은 고린도 교인들을 가리켜 ‘하나님의 교회 곧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거룩하여지고 성도라 부르심을 받은 자들’이라고 불렀습니다(고전 1:2 상). 이는 교회가 건물이 아니라, 성도로 부르심을 받은 자들의 공동체임을 보여줍니다. 물론 바울이 이를 강조하기 위해 그런 표현을 사용한 것은 아닙니다. 다만, 고린도 교인들에게 자신들이 어떤 존재인지를 상기시킴으로써, 이후 다루게 될 문제들의 실마리를 풀어가려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다시 말해, “너희는 하나님의 성도로서 어떤 삶을 살아야 하겠는가?’’라는 문제의식을 갖게 하려는 것입니다.

성도는 모두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거룩하게 되었습니다(고전 1:2). ‘거룩하게 되었다’는 것은 세상과 구별되었다는 의미에서의 거룩함을 뜻합니다(요 17:19). 즉, 죄가 전혀 없어서 거룩하게 된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소유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하나님의 백성을 가리켜 ‘거룩한 무리’, 곧 성도라 부르는 것입니다. 따라서 교회는 게바나, 아볼로, 바울 등 특정 개인의 소유가 아닙니다. 그들은 단지 복음을 전하기 위하여 세움을 받은 그리스도의 일꾼이자 종에 지나지 않습니다(롬 1:1). 그들 가운데 누구도 우리를 위해 십자가에 못 박히지 않았으며, 그들의 이름으로 세례를 받은 사람도 없습니다. 세례는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받는 것이지 어느 개인의 이름으로 받는 것이 아닙니다(마 28:19). 바울은 자신이 그리스보와 가이오(전 1:14), 그리고 스데바나 집 사람에게 세례를 베푼 것 외에는 다른 누구에게 세례를 베풀었는지 알지 못한다고 했습니다(고전 1:16). 바울이 이들에게만 세례를 베푼 이유는, 아무도 자신의 이름으로 세례를 받았다고 말하지 못하게 하려는 것입니다(고전 1:15). 이로 보건대 고린도 교인들은 누구의 이름으로 세례를 받았느냐가 아니라 누구에게 세례를 받았느냐를 더 중요하게 여겼던 것 같습니다. 이는 복음의 본질인 그리스도와 그분의 십자가보다 인간적인 권위를 더 중요하게 여긴 결과였습니다. 사실 세례는 복음이 먼저 전해지고, 그것을 믿음으로 받아들인 사람에게 베풀어지는 의식입니다. 따라서 세례는 복음의 결과이지, 복음의 본질은 아닙니다. 그리스도께서 바울을 사도로 부르신 것은 그에게 세례를 베풀게 하려 하신 것이 아니라, 오직 복음을 전하게 하시려는 것입니다(고전 1:17). 물론 세례는 주님의 명령으로 중요한 의식이지만, 그보다 더 중요하고 근본적인 것은 복음입니다.

또한 교회는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입니다(갈 3:28). 바울은 이를 설명하기 위해 교회를 사람의 몸에 비유했습니다. 사람의 몸은 수많은 지체로 이루어져 있으나 한 몸입니다. 하나님께서는 몸 안에 분쟁이 없게 하시고, 지체들이 서로를 돌보게 하셨습니다(고전 12:25). 그래서 만일 한 지체가 고통을 받으면 모든 지체가 함께 고통을 받고, 한 지체가 영광을 얻으면 모든 지체가 함께 즐거워합니다(고전 12:26). 교회도 마찬가지입니다. 교회는 다양한 구성원으로 이루어졌지만, 모두 한 성령으로 세례를 받아 한 몸이 되었습니다(고전 12:13). 그러므로 교회 안에는 분쟁이 있어서는 안 됩니다. 그러나 고린도 교회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이에 바울은 그들에게 분쟁이 없도록 ‘모두가 같은 말을 하고, 같은 마음과 같은 뜻으로 온전히 합할 것’을 권면했습니다(고전 1:10). ‘같은 말을 하라’는 것은 어떤 의견도 내지 말라는 의미가 아니라, 복음에 관하여 서로 다른 주장을 하거나, 교회의 분열을 조장하는 말을 삼가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같은 마음과 같은 뜻으로’라는 말은, 개인이나 당파의 유익이 아닌, 오직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일에 마음과 뜻을 하나로 모으라는 의미입니다(고전 10:31). 그렇게 할 때 교회는 분쟁을 극복하고 온전히 하나가 될 수 있습니다.

2. 그리스도만을 자랑해야 합니다.

고린도 교회는 바울이 전한 복음을 듣고 기독교로 개종한 사람들이 중심이 되어 세워진 교회입니다. 바울이 전한 복음은 한 마디로 ‘십자가의 도’였습니다(고전 1:18). 여기서 도로 번역된 헬라어는 ‘로고스(λόγος)’로 ‘말씀’이란 뜻입니다. 따라서 ‘십자가의 도’는 ‘십자가의 말씀’ 또는 ‘십자가의 복음’을 의미합니다. 바울은 ‘십자가에 못 박히신 그리스도’(고전 1:23), 곧 예수님께서 죄인을 구원하시기 위해 십자가에 못 박히셨다는 사실을 전했습니다(고전 2:2). 그러나 유대인들과 이방인들은 이를 거부했습니다. 십자가에 못 박히신 그리스도가 유대인에게는 거리끼는 것이요 이방인에게는 미련한 것이었기 때문입니다(고전 1:23). ‘거리끼다’라는 것은 ‘걸려서 방해가 된다’는 의미입니다. 당시 유대인들은 로마의 압제로부터 자신들을 해방시켜 줄 메시아를 기대했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메시아의 증거로 구한 것은 바로 표적이었습니다. ‘표적’이란 눈으로 볼 수 있는 초자연적인 현상을 의미하는데, 유대인들은 이러한 표적이야말로 메시아임을 외적으로 보여주는 확실한 증거라고 여겼습니다. 유대인들이 종종 예수님께 와서 표적을 구한 것도 그러한 이유 때문이었습니다(마 12:38 ; 16:1 ; 막 8:11 ; 요 6:30). 그런데, 메시아라고 하는 예수가 힘없이 십자가에 달려 죽었다는 사실은 유대인들에게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따라서 십자가에 못 박히신 그리스도는 그들에게 걸림돌만 될 뿐이었습니다(롬 9:33 ; 벧전 2:8). 또 이방인들에게는 십자가의 도가 미련한 것이었습니다. 그들에게 있어서 십자가와 그리스도는 결코 어울릴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십자가는 가장 악한 죄인들이 받는 형벌이었습니다. 그런 형벌을 받은 예수가 그리스도라고 하니, 그들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십자가의 복음을 어리석은 것으로 여겼습니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그들과 같은 생각으로 십자가의 그리스도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 십자가의 형벌을 받으신 것은 그분에게 죄가 있어서가 아니라, 우리의 죄 때문입니다. 우리의 죄를 대속하시기 위해 우리가 받아야 할 형벌을 대신 받으신 것입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대부분 이런 사실을 믿지 않을 뿐 아니라,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를 구세주로 믿는 이들이 어리석다고 생각합니다. 바울은 그런 사람들을 ‘멸망하는 자들’이라고 했습니다(고전 1:18). 그리스도와 그분의 십자가를 거부하는 자들은 결국 멸망에 이르게 될 것입니다. 반면에, 십자가의 도가 구원을 받는 우리 그리스도인에게는 하나님의 능력이 됩니다. ‘하나님의 능력’이란 모든 믿는 자에게 구원을 주시는 능력을 말합니다(롬 1:16). 누구든지 십자가에 못 박힌 그리스도와 그분의 부활을 믿으면 구원을 얻을 수 있는 것입니다(행 16:31). 바울은 그리스도의 십자가가 자신을 포함해서, 사람들로 인해 가려지는 것을 원치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을 철저히 부인하고 오직 그리스도의 십자가가 주는 구원의 능력만을 전파하고자 했습니다. 이렇게 자신은 죽고 그리스도의 십자가가 중심이 된 신앙에는 결코 분쟁이란 있을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사람이 아닌, 우리를 위해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신 예수 그리스도만을 전하고 자랑해야 합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교회의 문제는 대개 분쟁에서 비롯되며, 그 원인도 사소한 것에서부터 신앙의 본질에 이르기까지 다양합니다. 하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하나님의 영광보다 개인이나 집단의 유익을 더 우선하기 때문입니다. 고린도 교회가 바로 그런 교회였습니다. 그들은 하나님께 받은 풍성한 은혜를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자신을 자랑하고 사람을 추종하는 데 사용했습니다. 그 결과 분파가 생기고, 교회는 분쟁에 휩싸이게 된 것입니다. 이러한 분쟁을 극복하고 교회가 하나가 되기 위해서는 그리스도 안에서 모두가 같은 말을 하고, 같은 마음과 같은 뜻으로 온전히 합해야 합니다(고전 1:10). ‘온전히 합하다’라는 말은 어떤 것을 올바른 상태로 회복시킨다는 뜻으로, 그물을 수선하거나(마 4:21) 부족한 것을 보충한다는 의미로도 사용되었습니다(살전 3:10). 찢어진 그물로는 고기를 잡을 수 없듯이, 교회도 분열된 상태로는 하나님께서 맡기신 사명을 온전히 감당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찢어진 그물을 수선하듯이, 서로를 세워주고 부족한 것을 채워줌으로써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가 되어야 합니다. 우리 교회가 그런 교회가 되어 하나님께 영광을 돌릴 수 있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소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