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가복음 강해 : 자기의 모든 소유를 넣었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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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가복음 12장 41절 ~ 44절 [개역개정]
41 예수께서 헌금함을 대하여 앉으사 무리가 어떻게 헌금함에 돈 넣는가를 보실새 여러 부자는 많이 넣는데
42 한 가난한 과부는 와서 두 렙돈 곧 한 고드란트를 넣는지라
43 예수께서 제자들을 불러다가 이르시되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이 가난한 과부는 헌금함에 넣는 모든 사람보다 많이 넣었도다
44 그들은 다 그 풍족한 중에서 넣었거니와 이 과부는 그 가난한 중에서 자기의 모든 소유 곧 생활비 전부를 넣었느니라 하시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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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는 예배 때 헌금을 합니다. 보통 주일에 한 번을 하는데, 매 예배 때마다 하는 교회들도 더러 있습니다. 헌금이란 한자로 '바칠 헌, 돈(화폐) 금'자를 씁니다. '하나님께 바치는 돈'이 헌금입니다. 헌금을 예물(출 25:2 ; 마 5:23 등)이라고도 하는데, 구약시대에는 짐승(레 1:2, 3, 10 등)이나 곡물(레 2:1, 5 등)을 주로 드렸고, 신약시대에는 금이나 은, 동으로 만든 화폐를 예물로 사용했습니다.
하루는 예수님께서 사람들이 어떻게 헌금하는가를 보시기 위해 헌금함 맞은편에 앉아 계셨습니다. 이 헌금함은 여인의 뜰에 있었는데, 놋쇠로 만든 나팔 모양의 헌금함 열세 개가 놓여있었다고 합니다. 여러 부자들이 와서는 많은 헌금을 하고 갔습니다. 헌금함이 놋쇠로 만들어졌기에 동전이 떨어질 때마다 '짤그랑'하고 소리가 났습니다. 헌금을 많이 할수록 그 소리는 요란했을 겁니다.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사람들 특히 부자들 가운데는 헌금을 많이 하므로 자신을 과시하려는 사람들이 더러 있었습니다(마 6:2, 5 등). 그리고 조금 있다 한 가난한 과부가 두 렙돈을 넣었습니다. 렙돈은 당시 사용되는 화폐 중 가장 가치가 작은 것으로, 로마의 최소 화폐 단위인 고드란트의 반에 해당하는 금액입니다. 그러니까 과부가 헌금한 두 렙돈은 한 고드란트였고(막12:42), 이는 앗사리온의 사분의 일에 해당하는 금액이었습니다. 당시 참새 두 마리가 한 앗사리온 팔렸으니(마 10:29) 두 렙돈은 참새 한 마디도 살 수 없는 아주 작은 돈이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을 불러다가 '이 가난한 과부가 헌금함에 도을 넣었던 다른 모든 사람들보다 더 많이 넣었다'고 하셨습니다(막 12:43). 이유인즉 다른 사람들은 넉넉한 중에서 넣었지만 가난한 과부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것, 즉 생활비 전부를 넣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이 말씀을 하신 이유는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헌금이 무엇인지를 가르쳐 주시기 위함이었습니다.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헌금은
1. 외식으로 하지 않는 헌금입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예수님 당시에는 외식하는 자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외식(外飾)이란 '밖에서 먹는 것[外食]'을 말하는 게 아니라 '겉만 보기 좋게 꾸며 드러낸다'는 뜻으로 '위선'과 같은 의미입니다. 헬라어의 원래 의미는 '무대에서 가면을 쓰고 연기하는 배우'를 가리키는 말이었는데, 예수님 당시 바리새인들이나 서기관(율법학자)들이 그런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들은 평상시에도 화려한 예복을 입고 다니는 것을 선호하고, 장터에서 인사받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회당에 가면 높은 자리를 찾았고, 잔칫집에 가면 윗자리에 앉으려고 했습니다(막 12:38, 39). 또 그들은 길게 기도하는 것을 좋아했는데(막 12:40), 유대교에서는 오래 기도하는 것이 좋은 기도라는 인식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같은 기도는 하나님께 드리는 기도가 아니라 단지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기도에 불과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지위를 이용하여 가난한 자들의 재산을 가로채기도 했는데(막 12:40), 그렇게 해서 부자가 된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그런 사람들은 헌금을 많이 하므로 자신을 과시하려고 했을 것입니다. 예수님은 그런 자들을 종종 비유로(마 21:45 ; 막 12:12 ; 눅 20:19), 때로는 엄하게 책망하셨습니다(마 23:33).
대부분의 사람들은 돈이나 권력에 관심이 많습니다. 그래서 누가 어떤 지위를 가졌고, 그들이 얼마를 헌금했는가에 관심을 갖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그러한 것들에 관심이 없으십니다. 단지 헌금하는 사람들이 어떤 자세로, 어떤 마음을 가지고 했는지를 보실 뿐입니다. 한 마디로 양보다는 질을 보시는 겁니다. 이는 비단 헌금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므로 헌금을 할 때는 외식하는 자들처럼 사람에게 보이려고 하지 말아야 합니다. 헌금은 하나님께 드리는 것이지 사람에게 보이려고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을 도와주는 구제도 마찬가지입니다. 당시에는 구제를 하면서 이 사실을 알리기 위해 나팔을 부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합니다. 이러한 행위는 곧 자기를 자랑하기 위함입니다. 이에 대해 예수님께서는 '구제를 할 때 나팔을 불지 말고 오른손이 하는 것을 왼손이 모르게 하듯 은밀하게 하라'고 주의를 주셨습니다(마 6:3, 4). 구제든 헌금이든 진정성이 있으려면 그것을 통해 자신을 드러내려는 마음이나 의도가 전혀 없어야 하는 것입니다.
2. 자원하는 마음으로 드리는 헌금입니다.
가난한 과부는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자원하는 마음으로 헌금을 드렸습니다. 그가 헌금을 안 한다고 뭐라고 할 사람은 없습니다. 왜냐하면 과부는 대부분 가난한 사람들로 구제와 보호의 대상이었기 때문입니다(출 22:22 ; 신 14:29). 당시 과부는 특별한 옷을 입고 있었고(창 38:14, 19), 화장을 하거나 꾸미지 않았기 때문에(유딧 10:3, 4, 16:8) 사람들은 그가 과부인지를 쉽게 알 수 있었습니다. 두 렙돈을 드린 과부는 그것이 자신의 생활비 전부였을 정도로 매우 가난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럼에도 그 돈 전부를 하나님께 드렸습니다. 그것도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스스로 원해서 한 것입니다. 이렇게 자원하는 마음으로 드리는 헌금을 하나님께서는 기뻐하십니다.
사람들을 의식하거나 다른 사람의 강요에 못 이겨 마지못해 하는 것은 참된 헌금이 아닙니다. 그런 헌금을 하다가 심지어 죽음에 이른 사람도 있습니다. 오순절 성령 강림 이후 예루살렘에 정식으로 교회가 세워졌는데, 그때의 그리스도인들은 모두 한마음과 한 뜻이 되어 서로의 물건을 공동으로 사용을 했습니다. 심지어 자신의 밭과 집을 팔아 교회에 내놓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그중의 아나니아와 삽비라 부부도 있었습니다. 아나니아는 자신의 소유를 팔아 그 값을 공동체를 위해 내놓기로 결정을 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수중에 돈이 들어오자 아까운 생각에 판값의 얼마를 감추고 나머지만을 내놓았습니다. 그럼에도 교회에 전부를 바쳤다고 거짓말을 했으며, 그렇게 한 것에 대해 사람들로부터 칭찬을 받고 싶어 했습니다. 이로 인해 아나니아뿐만 아니라 그에 동조한 삽비라도 죽임을 당했는데, 이는 성령을 속이고 하나님을 기만한 죄에 대한 결과였습니다(행 5:4, 9).
하나님께서는 기쁜 마음으로 내는 사람을 사랑하신다고 했습니다(고후 9:7). 그러므로 헌금을 할 때는 아까워하거나 마지못해서 하거나 사람들에게 보이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순수하고 자원하는 마음으로 그리고 기쁜 마음으로 드려야 합니다.
3. 감사하는 마음으로 바치는 헌금입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 여러 가지 세금을 납부합니다. 세금은 내도 되고 안 내도 되는 것이 아니라 법률로써 강제하는 의무입니다. 그런데 세금을 내면서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오히려 세금이 너무 많이 나왔다고 불평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어찌 됐든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좋든 싫든 세금을 내야 합니다. 하지만 헌금은 세금과는 다릅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사람들의 공동체인 교회는 헌금을 통해 운영이 되기 때문에 헌금은 그리스도인들의 의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세금처럼 강제성은 없습니다. 또 세금을 안내면 크고 작은 제재를 받지만 헌금을 안 한다고 불이익을 당하지도 않습니다. 다만 개교회에 따라 직분을 받는데 제한을 받을 수 있습니다.
헌금은 금액이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형편 것 하면 됩니다. 다만 헌금을 할 때는 하나님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해야 합니다. 하나님께서는 '감사로 제사를 드리는 자가 나를 영화롭게 한다'고 하셨습니다(시 50:23). 헌금을 드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드리는 사람의 마음입니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헌금을 하느냐 그렇지 않으냐에 따라 헌금은 세금이 될 수도 있고, 향기로운 예물이 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시 69:30, 31).
예전에 개그콘서트라는 프로그램에 있었습니다. 그중에 '감사합니다'라는 코너가 있었는데, 첫 멘트가 '우리는 살아가면서 감사할 일이 참 많다'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흔히 건강이나 음식, 옷이나 집이 있는 것을 당연시하고 감사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가 이것들을 잃어버린 후에야 비로소 우리가 그동안 얼마나 하나님으로부터 은혜를 받고 살았는가를 깨닫게 되며, 그 은혜에 감사하지 못한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감사는 하나님의 은혜를 깨달은 사람들의 특징이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매일의 삶 속에서 하나님께서 베풀어주신 은혜를 잊지 않고 늘 감사하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하나님께서는 두 렙돈을 드린 과부처럼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누가 시켜서 마지못해 하는 것이 아니라 자원하는 마음으로 드리는 헌금을 기쁘게 받아 주십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헌금이든 구제든 봉사든 무엇을 하든지 기쁜 마음과 감사하는 마음으로 해야 할 것입니다.